1년 반 전 군대에 입대했고, 1년 하고도 두어달 전 뭐라고 해보자는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인상 깊은 책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제가 관심이 있던 창업과 관련된 내용을 다루다 이렇게 뉴스레터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동안의 경험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으로 제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정리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뮤턴트 레터는 창업이라는 돌연변이의 길을 가려는 저의 적자생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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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천 명의 구독자나, 몇 만 명의 팔로워 같은 가시적인 결과물이 있다면 이렇게 말로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겠죠. 사실 숫자로만 보면 처음 제가 꿈꿨던 것에 비해 다소 초라한 성과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경험한 저에게는 유의미한 영향이 있었기에 이 경험을 소재 삼아 한 편의 글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경험, 마인드, 깨달음 같은 것들은 글로 풀어 놓지 않으면 있었는 줄도 모르고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눈에 보이는 성과는 요원했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경험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공대생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첫번째로 체감했던 변화는 긴 글을 쓰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자신 있게 이 기회로 글 쓰는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말할 정도의 변화가 생긴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글을 쓸 일 자체가 많아진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인 것 같습니다.
긴 글을 쓰는 일은 그 중요성에 비해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 한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 같은 이공계열 학생들에게는 말이죠. 보통은 한글보다 숫자나 영어(코드)를 쓸 일이 더 많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긴 글을 읽고 쓰는 일은 장기적으로 경험을 쌓아 놓으면, 또 그래야만 빛을 본다고 믿는데요. 그래서 이왕 뉴스레터를 시작한 김에 글을 쓰는 것을 습관화 해 나가려 합니다.
글을 쓰며 또 하나 느낀 점은 정보를 전달하는 글과 개인적 생각을 전달하는 글을 쓰는 것 사이의 차이입니다. 처음에는 전자의 글을 많이 쓰다가 최근 들어 후자로 무게중심이 넘어갔는데,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기술보다는 그 내용을 형성하는 과정에 시간을 더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내’ 생각을 쓰는거면 글감을 찾는 과정이 쉬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죠. 하지만 글을 쓸수록 내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의 비중이 큼을 느껴갔습니다.
정확히는 글로 생각을 ‘표현’한다기 보다는 그 생각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느꼈죠. 내 감상, 가치관, 선호 등을 ‘생각’ 하는 것보다 그걸 언어로 뱉어내는 데에서 그것이 비로소 완성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또 이 뉴스레터를 계속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제 경험에 대한 깨달음과 그로 인한 가치관을 기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실 그걸 만들어내는 효과도 있으니까요.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
긴 글을 쓰는 것 이상으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저에게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하다 못해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카드뉴스 한번 만들어 본 적도 없었으니까요. 이건 예술을 하는 것과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제가 기존에 해오던 것들과는 완전히 결을 달리 하는 활동이었습니다. 그 덕에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는 경험을 했죠.
아무런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소재를 생각해내고, 이를 다른 이들이 소비하기 좋은 형태로 가공하고, 전하는 모든 과정이 이전과는 다른 관점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게 했습니다. 특히나 소비자로서의 시각이 아닌 생산자의 시각이 되었던 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다각화 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저녁 해먹을 거리를 사러만 시장에 갔었다면, 이제는 식당에서 쓸 재료를 사러도 시장에 가는 느낌이랄까요. 어찌 되었든 세상을 보는 여러 방향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이전에는 소비의 대상이었던 콘텐츠들도 이제는 분석의 대상이자 잠재적인 레퍼런스로 보이게 된 것도 있습니다. 이는 또 자연스레 사소한 디테일들과 그에 담긴 이유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구요.
결국 간단히 말하자면 ‘아는 만큼 보인다’를 깨달은 경험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쓰지 않던 뇌의 영역을 사용하면서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된 것이죠.
Just Do It
사실 인스타그램이나 여타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군대에 와서 처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주제는 그때 그때 달랐지만 언제나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이었죠. 물론 머릿 속에서 밖으로 나온 적은 없습니다. 우선 순위의 상단에 있는 다른 일들이 많았고 그 당시 저에게는 생소하고도 엄두가 안 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물론 지금 돌아서 생각해보면 다 안될 이유만 찾아다녔던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은 살면서 가장 제한되었던 환경인 군대 안에서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이런 경험이, 모든게 완전히 갖추어 진 후 시작하려는 경향이 있는 저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의 부정적인 면을 많이 무너트렸습니다. ‘내가 이걸 할 정도의 깜냥이 되나?’라는 생각을 먼저 하기 보다는 일단 해보고 ‘내가 부족하면 알아서 걸러지겠지’라는 식의 마인드가 되었죠. 안될 이유보다는 되게 할 방법들에 집중하는 연습도 되었구요.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하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시작한 것들이 완성도 있는 무언가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했다’에 의의를 둘 정도의 무언가들이었죠. ‘내가 이걸 할 정도의 깜냥이 되나?’라는 걱정이 사실 일리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렇게 시작하고 나니 그 전에는 안보이던 것들이 보인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일 수도 있고, 이 방향이 아니라 다른 방향이라는 것 일 수도 있죠. 어쨌든 중요한 것은 뭐라든 해야 뭐라도 되지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특히나 지금의 저 같이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킬 무언가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뭐라도 계속 시도하면서 더 많은 것들을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길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요.
and then?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조금 더 개인적이고 뜬구름 잡는 소리들을 해보았습니다. 저도 별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한번 쯤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던 부분이라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손에 잡히는 그런 이야기들 해보겠습니다.
당분간은 제가 원래 만들려 하고 있었던 뉴스 관련 프로젝트 이야기가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제 나름대로 스스로와 ‘7월 1달 내에 앱을 출시해보자’라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인데요. 전역 후 제 자신이 늘어지고 동기부여가 떨어지게 될까 걱정되어 조금 타이트하게 목표를 세워 보았습니다.
사실 뭐 정확히 ‘앱’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른 형태로 나올 가능성이 더 높지만 어찌 되었든 하나의 완성된 서비스로서 보여드리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그 때가 되면 구독자 여러분들께도 정식으로 소개시켜 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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