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쯤 전에 좋은 기회로 스프링캠프에서 미국에 진출하려는 초기 팀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에서 2주 정도 머물 수 있었다.
주된 목적은 미국 유저들을 대상으로 프로덕트를 만들어오던 차에, 직접 현지의 유저들과 고객 페르소나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 보는 것. 그 외에도 현지에 있는 한국 파운더, 현지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볼 기회도 있었다.
작년에도 한달정도 여행으로 미국을 방문했지만, 확실히 여행으로 온 것과는 느껴지는 점들이 달랐다. 물론 2주밖에 머물지 않았고, 뭔가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어온 것은 아니기에, 링크드인에는 조금 보수적으로 글을 작성하기는 했다.
그래서 이 곳에는 조금 더 개인적이고 날 것인,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적어보려 한다.
미국에 가서 배운것?은 딱히 없다. 배웠다기보다는 느낀 것이 많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미국 땅에 있다고 엄청난 숨은 인사이트나 앞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그런 것들은 사실 지리적 위치보다는 사회적인 위치(네트워크, 레퍼런스, 명성 등)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물론 그런 것들을 만드려면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는게 유리하지 않냐고 하면 할말은 없다.
요지는 이런 짧은 방문에서 얻어올 수는 없다는 것, 그보다는 Bay area의 공기를 느끼고 왔다는 점이 더 의미 있었다는 점이다.
AI 스타트업 광고들이 가장 눈에 띄는 광고 보드들을 점령하고, 길거리 행인들의 대화에서 ai agent, saas 등의 단어가 심심찮게 들려오며, 빅테크 엔지니어, 스탠포드 학생, 스타트업 파운더들이 발에 채이는 것을 느끼며 이곳은 자본과 제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라는 인프라도 갖추었다는 점을 뼈저리게 깨닫고 왔다.
미국에는 늘 가고 싶었고, 예전이나 앞으로나 계속 미국 대상의 프로덕트를 만들며 궁극적으로는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지향할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번 미국 방문으로 굳이 물리적으로 미국에 있을 필요는 없겠다는 것을 확인했다. 적어도 지금같은 초기(pre-pmf) 단계에서는 말이다.
물론 이는 하고자 하는 아이템에 따라(굳이 b2b, b2c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다) 많이 다를 것 같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하고자 하는 아이템들은 레딧이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온라인 플레이처럼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고, 미국에 머무는 비용 대비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의 이점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물론 그럼에도 미국에 가야 할 이유는 많다. 이번에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커뮤니티와 네트워크. 미국을 경험한 많은 분들의 공통적인 조언이자, 직접 느끼기도 한 바이다.
미국에서 유학 후 수년째 스타트업을 하고 계신 한 대표님의 말을 빌리자면 이곳(bay area)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열려 있고, 도우려는 자세가 강하다고 한다.
‘우연히’ 얻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들이 많다. 내가 만난 우리 서비스의 유저 중 한명은 10년차 구글 엔지니어였고, 1시간동안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팔로알토의 한 공원에서는 우연히 아이스크림을 먹다 맥킨지 출신의 스탠포드 GSB 교수와 얘기를 할 기회가 생겼고, 옆에 있던 한 심사역 분은 그 자리에서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국내 대기업 계열 투자사의 대표로 있는 재벌 n세 분의 연락처를 받기도 했다.
네트워크의 질이 좋다. 우연히 옆집에 사는 창업가와 친해졌는데 알고보니 미드저니 창업자 였다는(실제로 들은 이야기) 식이다. 투자사의 주관으로 열리는 프라이빗 네트워킹 행사 등 이너 써클로 들어갈 수록 그 퀄리티는 더 높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확실히 스몰톡의 나라답게, 오픈 네트워킹이 숨쉬듯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자리에 몇번 간 적이 있지만, 여기서 참여한 스타트업 밋업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네트워킹은 확실히 달랐다. 자연스럽게 처음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열변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결국 종합해보면 이곳의 가장 큰 무기는 ‘무형의 인프라’인 것 같다. 물론 펀드 같은 실질적인 인프라도 비교가 안되지만, 그냥 일상 속에 흘러가는, 우연히 잡을 수 있는 기회의 질들이 다르나 느꼈다. 내가 이 인프라를 정말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나에게 업사이드가 다른 기회를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부터는 미국에 대한게 아니라 미국에서 본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
이것은 미국에 계신 한 초기 스타트업 파운더분 께 들은 얘기.
영어는 자신감이다, 중국이나 인도애들은 문법도 엉망이고 발음도 구리지만 온전하지 않은 문장도 그냥 자신감 있게 던진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어느 수준 이상 교육을 받았다면 충분히 영어 수준은 높은 것 같다.
레딧 정말 좋은 채널이다, 정말 잘 공부해서 레딧을 해킹할 수 있다면 정말 유용할 것.
미국을 방문했던 시기가 YC application 마감이 몇 일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한 스타트업 밋업에서 YC alum 파운더 두명을 초빙해 YC application에서 돋보일 수 있는 법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요점은 ‘너만의 1%를 찾아라’, 그러나 ‘어느 기준에서 1%일지는 너가 정의할 수 있다’는 것.
그 당시 밋업에 100명 가량이 참여 했었는데, ‘이 공간에서 내가 1등일것 같은 것’, ‘내가 유일할 것 같은 것’을 찾으라고 했었다. 신선했던 점은 meta 엔지니어? 같은 것은 이 동네에 널렸으니 너를 1%로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것. 너만이 가진 독특한 경험들의 교집합을 찾아 너 자신은 1%로 만들라고 강조했다.
사실 YC 유튜브 영상에서 들은 것 같은 이야기인데, 굳이 이 얘기가 아니더라도 YC 파운더들의 이야기는 YC 유튜브에서 파트너들이 하는 이야기와 얼라인이 잘 되어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말로만 하기보다는 직접 보여주라는 것. 우린 이런 것을 이렇게 할거라는 말보다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해왔고 이런 성과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라는 것.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지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한 식사 자리에서 한국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넘어와 엔지니어링 쪽 리드로 계신 분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주로 미국 문화에 어떻게 적응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인들은 assume을 많이 한다. 잘못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단일민족에 획일적인 사회 문화가 그러한 방식을 유효하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미국에 넘어오려면 가장 경계해야 하는 자세라고 한다. 인종부터 문화까지 너무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 그래서 미국 기업들이 더욱 데이터 드리븐 하게 선입견 없이 판단하려 하는 이유라고도 한다. 개인의 직관이나 인사이트보다 유저 보이스에 더 집착하는 이유.
미국에 넘어와서 적응한다는 것은 social한 부분까지 완전히 스며들어야 한다. 일터만 왔다 갔다 하고 집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생활하면 완전히 미국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케이스를 많이 보셨다고. 물론 이부분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도 덧붙이셨다.
같은 아시안계라도 인도인, 중국인들은 매우 적극적이라고 한다. 반대로 일본인은 완전 소극적이고, 한국인도 이 스펙트럼에서 일본인 쪽에 붙어있다고 한다. 미국 일터 문화에서는 더 많이 claim하고 의견을 내야 한다고 한다. (물론 인도인 중국인들은 가끔 너무 적극적이긴 하다고..)
인상적이었던 말은 ‘정답은 너와 나 사이에 있다’라는 말. 너의 의견이나 나의 의견이 답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똑같이 테이블 위에 놓고 토론하며 답을 찾아야 한다는 자세라고 한다.
YC 출신 파운더 분과 얘기하며 들은 얘기.
배치 기간동안 담당 파트너였던 michale seibel이 가르친 것은 무엇보다 먼저 10 loving users를 찾으라는 것. 그러나 그 ‘loving’의 기준을 정말 타이트하게 잡는 것이 포인트라고 한다. 결국 해당 배치에서 아무도 이 기준을 충족 못했다고 한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은 이 기준에 대해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는데(이정도면 유저들이 ‘loving’하고 있는게 아닐까?), 이걸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정말 우리의 프로덕트를 뺐어 갔을 때 이들이 크리티컬하게 느낄 만한 정도로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똑같은 아이템을 해도 성공하는 팀들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았는데, 결국 끝까지 해보는 팀이 성공하는 것 같다고 하신다. 누구나 다른 성공하는 팀들을 보며, ‘나도 저 아이디어 생각한 적 있는데, 해본 적 있는데’할 수 있으나, 결국 그 아이디어와 프로덕트에 핏한 유저 집단을 찾을 때까지 파보았는가의 차이가 아닐까.
끝으로는 지나가다 찍은 A16Z, Y Combin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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